Sixman.kr 의 잔소리
2군리그는 외국인 선수선발과 혼혈선수의 리그 유입에 따라 아마 농구선수들의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하려 했던 리그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원래 2군들로만 팀을 구성해 리그로 시작하려 했으나 2군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구단은 4개(SK, 오리온스, 전자랜드, KT)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 4팀 모두 출전 가능한 2군 인원이 4~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차선책으로 지난 시즌 36경기 이하 출전한 1군 선수와 신인, 귀화혼혈선수도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고 2군리그 대신 서머리그라는 명칭으로 상무를 포함하는 5개팀이 2라운드 예선을 치룬 후 상위 3개 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승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더해 KBL은 국제흐름에 맞춰 2009-2010 시즌부터 선보일 3점슛 거리 연장(6.25m→6.75m), 페인트 존 변경(사다리꼴→직사각형), 노 차징 구역(림을 중심으로 1.25m 반원), 인텐셔널 파울(고의 반칙) 강화, 국제 룰에 준하는 트레블링 등의 변화된 룰을 적용하여 정규시즌에 대한 시뮬레이션의 성격도 있었다.
2009 서머리그? 누굴 위한 리그?
서머리그를 알리는 기자회견부터가 리그와 전혀 상관없는“김승현 이면계약파문”기자회견장으로 둔갑하면서 과연 이 리그가 중요하긴 한거야? 하는 코미디쇼를 만들면서 2군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찬밥대접을 받았다.
여러가지 악재 속에서 어렵게 출발한 서머리그(2군리그)는 홍보 부족과 가고 싶어도 경기장의 교통편이 불편하여 가족들과 소수의 팬들만이 관전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고 그나마 사상 최초의 결승전도 LG의 연습구장에서 초라하게 치러졌다.
결국 상무농구단의 전승 우승으로 싱겁게(?) 끝나버렸고 베스트5도 순수 2군은 이찬영 한명만 있었을 뿐 2군선수들이 재평가 받는 자리가 아닌 사실 상 1군으로 분류되는 상무선수들의 몸풀기용 대회로 전락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를 왜 한거야? 하는 비관론도 있었다.
서머리그가 남긴 것들
결과는 어떠했나? 재정적인 부분과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내세우며 10개 구단 가운데 4개 구단만이 2군 제도를 시행했고 이마저도 선수구성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상무농구단과 1군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참가로 2군리그의 의미는 퇴색해버렸다.
KBL의 행정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2군 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체육관을 빌려준 LG의 뜨거운 동료애가 없었다면 예선전과 결승전은 어디서 치루려고 했는지 걱정될 만큼 KBL의 운영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고 팬들과 기자들의 눈총을 아는지 모르는지 2군리그 최초의 결승1차전에 명색이 총재인 사람이 축사는 커녕 경기장에도 나타나지 않다가 2차전이 되어서야 얼굴을 비추는 전육 총재의 모습은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서머리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인텐셔널 파울의 강화로 인해 농구 특유의 스피디함이 유지되었다 라는 것과 최근 국제 경기에서 항상 말썽을 부리던 트레블링의 엄격한 판정으로 선수들이 국제 룰에 맞는 플레이 습관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다소 판정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대다수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아직까지 2군제도에 과감한 투자를 할 만큼의 팀은 없어 보인다. 당장의 성적에 의해 1군 감독의 자리마저 불안한 마당에 즉시 전력감이 아닌 2군선수들에게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라는 관계자 인터뷰는 씁쓸한 현실은 서머리그가 남긴 최대의 화두였다.
서머리그 영향? 2009-2010 예상
현재까지 나타난 상황들을 정리해보면 선수 한명의 깜짝 활약에 판도가 뒤흔들만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기를 뛴 선수들은 서머리그를 통해서 얻게 되는 구체적인 보상(1군 엔트리 승격)의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아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고 상무와 다른 팀들 간의 전력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의욕이 저하되었다고 말했다.
2군리그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더라도 1군에서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얼마 전에 기사로 접했던 NBA 스카우터의 글이 생각난다.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가?”
서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용우(오리온스), 허일영(오리온스), 이찬영(전자랜드)에 긍정적인 평가들이 있었지만 정상급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이룬 성적이 아니기에 정규 시즌에 이슈가 될만한 활약을 기대하긴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서머리그를 통해 얻어진 자신감이 정규 시즌에서도 이어진다면 신데렐라의 탄생도 기대 해볼만하다.
또 농구팬들이 가장 보기 싫어하는 장면 중 하나인 속공 시 고의적 파울로 저지하는 장면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이다.
KBL은 2009-2010 시즌부터 인텐셔널 파울 시 자유투 2구 + 공격권(기존 2구 시도 중 1구 인정 + 공격권)으로 변경하기로 했고 더불어 파울 콜의 강화로 농구 본연의 스피디한 긴장감을 다시 찾겠다고 공언했고 서머리그에서 고의적 상황으로 의심되면 여지없이 휘슬이 울렸었다.
전문가들의 조언
현장에서 서머리그를 지켜 본 일선 아마농구 지도자들은 2군제도 확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아마농구를 육성하고 일반인의 동호회 활동을 장려하여 농구 붐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이 필요하다.
두 번째. 유망주들을 초청하는 트레이닝 캠프를 다양한 방법(포지션별 캠프)으로 개최하여 아마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유도한다.
세 번째. 2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준 높은 전임코치(김동광, 최인선, 김태환 등 우수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지도자)를 선발하여 리그 전체의 수준을 높인다.
네 번째. 잠재력은 있지만 현재의 포지션으로서는 도저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선수(오리온스 정훈을 예로 들며)에게 다른 포지션으로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서머리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직 욕심일 뿐이다.
2군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 앞으로 넘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특히 각구단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서머리그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부분들이 2010 서머리그에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인생을 농구로 성공하기 위해 땀흘리는 이들에게 희망이 가득한 소식들이 들려오길 바래본다.
sixman.kr 노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