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고등학교는 2021시즌 Big3로 불렸던 여준석, 신주영, 박정환을 앞세워 시즌 5관왕을 차지했다. 막강한 전력으로 대학리그에 출전해도 우승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선수는 약속이나 한 듯 고려대로 진학했고 그 빈자리를 용산고가 과연 어떻게 채워나갈지,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시즌 전 농구 전문가들은 용산고와 경복고, 삼일상고의 3파전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반기에 개최된 춘계대회,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우승컵의 주인은 모두 용산고였다. 경복고는 공동 3위, 준우승, 예선탈락의 성적을 보였고 삼일상고는 공동 3위, 16강 탈락, 공동 3위의 성적을 거두면서 기대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용산고 멤버가 3강권을 예상했던 다른 팀에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없었기에 전반기 대회 싹쓰리 우승의 비결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지만 우승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8강권 팀과 경기에서 3쿼터까지 접전을 펼치거나 오히려 추격이 필요한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 16강권으로 분류되던 안양고와 경기에선 3쿼터 막판까지 11점차로 뒤지는 경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약속의 4쿼터’라는 별명을 만들어내었고 결국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용산고 이세범 코치는 “이채형(3학년 185cm)의 안정적인 리딩과 김윤성(3학년 198cm)의 페이트존 분전, 김승우(2학년 190cm)의 외곽슛이 중심이 되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외곽을 넘나드는 윤기찬(3학년 192cm)의 성장과 고등부 최고의 앞선 수비수 허동근(3학년 172cm)의 존재는 코칭을 하는 나에게 전술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전학생 신분에 더해 막강했던 선배들까지 있어 출전 기회가 적었던 윤기찬의 눈에 띄는 성장, 작은 신장에도 코트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보여주는 허동근의 존재는 나를 비롯해 2학년과 1학년에게 주는 교훈이 분명히 있다.”라고 선수들을 평가했다.
윤기찬은 연가초등학교와 명지중학교 출신으로 자연스럽게 명지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1학년 2학기에 용산고등학교로 전학을 결정했다. 전학생 출전제한규정과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좀처럼 코트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선수로서 경기에 나설 수 없단 것은 치명적이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코트 위에 서는 순간을 위해 코치들의 지도를 충실히 따르면서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그 결과 3개 대회의 결승전에서 빼어난 성적(춘계대회 21득점(3점슛 3개) 9리바운드 6어시스트, 협회장기 13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연맹회장기 22득점(3점슛 5개) 8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2블록)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용산고 전학
윤기찬 : 사실 용산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걱정이 앞섰다. 여준석, 박정환, 신주영 이름만 들어도 농구를 잘하기로 유명한 형들과 같이 뛴다는 게 큰 걱정이었고 낯선 환경도 두려웠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이세범 코치님과 김경석 코치님의 보살핌에 형들과 동생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고 형들과 코트에 설 때마다 설레였다. 졸업생 선배님들도 용산고 후배로 인정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어느샌가 용산고의 한 사람이 되었고 더 빨리 적응했다는 생각도 있다. 용산고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 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형들, 친구들, 후배들의 훈련량은 소화해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전학으로 달라진 점
윤기찬 : 용산고의 일원이 되면서 선배님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최선배님께서는 연습경기도 빠지지 않고 응원을 와주시고 용산고 농구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양문의 선생님께서도 구경을 오실 때마다 멘탈에 관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이전 학교와는 확실히 농구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좋은 분들의 관심에 많은 힘을 얻었다.
부족한 부분
윤기찬 : 코치님께서 190cm대 초반의 신장을 가진 선수에게 기동력과 슈팅력은 필수라고 가르쳐주셨다. 특히 외곽슛 찬스를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부분에 집중을 하라고 알려주신다. 코치님께서 지적해주신 부분이 내가 부족한 부분인 것 같다. 성인무대 적응을 위해 웨이트 운동 외에도 매일 500개씩 3점 슛을 연습하고 있다. 성공률은 처음엔 40%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금은 60% 정도 들어간다. 하지만 실전에서 성공률이 높아야 하기에 더 집중해서 연습하고 있다.
롤모델
윤기찬 : 선배 (여)준석이 형과 송교창 선수가 롤모델이다. 모두 큰 키에 기동력과 슈팅력이 좋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코트에서 보여주는 에너지 하나하나에 정말 감탄이 나온다. 농구에 대한 열정을 배우고 싶다.
셀프 광고
윤기찬 : 난 192cm의 신장에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선수다. 상대가 공간을 주면 슛을 던질 수 있고 미스 매치 상황이 있다면 포스트 업도 가능하다. 팀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덩크슛도 자신이 있다. 또 포지션에 비해 동료들의 오픈 찬스를 보는 능력이 좋아 어시스트에도 장점이 있다.
셀프 광고는 과장?
윤기찬 : 사실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답했다(웃음). 답했던 말처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겠다. 약속을 결과로 만들겠다.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다.
저가형 농구화
윤기찬 : 농구화를 선택할 때 가격을 생각하고 고른 적은 없다. 매장에서 신어 보고 내 발에 잘 맞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가격을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성비 농구화를 선택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윤기찬 :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대학 진학이 현실로 다가오니 조금 더 열심히 운동할 걸 하는 후회가 있다. 힘든 순간은 이겨내면 실력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순간이니까 열심히 준비를 잘해놓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땀을 흘리면서 이룬 결과들을 항상 자랑스럽게 기억하겠다. 그리고 형으로 잘 대해줘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부모님께
윤기찬 : 항상 최고의 팬으로 함께 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선수로서 갈 길은 아직 멀지만 노력해서 프로농구선수가 된다면 첫 월급으로 엄마한테는 이쁜 핸드백을 선물하고 아빠에게는 최신형 핸드폰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사랑합니다.
대학부 지도자들에게 가장 열심히 운동하는 학생 선수거 누굴까에 대해서 질문한 적이 있다. 대다수 지도자가 용산고등학교 3학년 허동근의 이름을 답했다. 성실한 운동 태도와 수비의 적극성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격은 팬을 즐겁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말을 곁들이면서 172cm의 신장이 약점이지만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와 지치지 않은 체력, 패싱 센스를 무기로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으로 자신의 약점을 잊게 할 만큼 위력적이어서 대학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허동근은 연맹회장기 천안쌍용고 경기에서 40분 풀타임을 출전 15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 1굿디펜스를 기록했고 같은 대회 올해 고등부 최고 가드 문유현을 보유한 무룡고와 결승전에서 37분 출전 18득점 6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주늑들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172cm의 키
허동근 : 키가 농구에서 중요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키가 약점이란 건 코트에서 계속 느끼고 있다. 상대 팀에서 내 약점을 집중적으로 노릴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약점을 극복하는 방법
허동근 : 방법? 특별하게 스스로 생각한 적은 없다. 코치님의 말씀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코트에서 상대보다 더 많이 뛰라고 지시하신 주문만 생각한다. 아무리 수비와 공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도 결국 상대를 압도하는 발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배웠다. 꼭 상대를 이겨야 되겠다라는 마음보다는 절대로 내 앞에 서있는 것을 쉽게 생각하도록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와 내가 열심히 뛴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나선다.
대학 진학
허동근 :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직 대학이 어디다 하고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선수로 기회를 주시는 곳이 있다면 나를 선수로 인정해주시는 곳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코트에서 뛰겠단 마음이다. 대학의 이름값보다 농구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운동만 열심히 한다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롤모델
허동근 : 성균관대학교의 (송)동훈 형과 (이)현호 형이다. 동훈 형은 리듬이 너무 좋다. 드리블을 도중 상대가 많이 붙은 거 같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멈추면서 슛동작이나 피벗동작을 취하고 꼼짝없이 상대의 파울을 유도한다. 나한테 부족한 코트 안에서 여유, 동훈 형의 여유를 배우고 싶다. 현호 형은 용산고 선배다. 1학년 때 형이 3학년이었는데 엄청난 운동량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에 놀랐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공을 향한 집념은 내가 본 선수 중 최고다. 두 형 모두 코트에서 만난다는 상상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정말 계속 붙어보면서 나를 시험해보고 싶은 선수들이다.
출전 시간
허동근 : 출전 시간은 코치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코트에서 뛰어야 한다고 판단하시면 내보내실 것이고 벤치로 불러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벤치에 있어야 한다. 절대 불만도 없고 부족한 실력에도 코트에 내보내 주시는 것에 감사하다. 10분을 나가든 20분을 나가든 상대가 40분 뛰는 것만큼 뛰겠다. 코치님의 지시에 따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승
허동근 : 시즌 전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지만 출전했던 첫 대회를 우승하고 이어서 출전한 2개의 대회까지 모두 우승하니 마음이 놓였지만 코치님께서 그런 마음이 선수에겐 치명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주변에서 다른 팀이 성장하면 위기가 있지 않았냐는 말도 있지만 결국은 용산고가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코치님의 지도와 선배님들, 부모님들의 응원에 보답하도록 남은 대회도 열심히 뛰어 우승하겠다.
개인적인 목표
허동근 : 내가 수비를 할 땐 상대가 절대로 내 앞을 쉽게 지나가지 못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다. 어느 팀을 가던 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목표도 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열심히 운동해서 꼭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
감사의 말
허동근 : 나를 위해 헌신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용산고의 박규택 농구부장님과 이세범 코치님, 정선규 코치님, 김경석 코치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시는 용산고 선배님들께도 감사하다. 경기할 때 실수를 하거나 자신감을 잃었을 때 기죽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이채형, 윤기찬, 김윤성도 고맙고 후배들도 잘 따라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추신 : 고려대 여준석(1학년, 203cm)의 응원
윤기찬은 전학생 규정 때문에 경기도 많이 못 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한 걱정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체 연습경기를 할 때 항상 매치였는데 스피드와 슈팅이 좋아 수비하기에 까다롭고 운동 능력이 좋아 공격하기도 쉽지 않아 껄끄러운 상대였다. 저에게 덩크슛을 도전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는데 조만간 도전을 받아줘서 다신 넘보지 못하도록 참교육을 해주겠다(웃음).
허동근은 용산중학교 3학년 때 1학년 신입생으로 처음 만났다. 호주에 다녀온 후 다시 용산고로 합류해 바로 아래 후배로 같이 뛰었다. 코트에 못나갈 때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벤치에서 팀원들을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는 후배가 바로 허동근이었다. 지금 잘하고 있는 모습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 성실함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이자 팬으로서 응원해주고 싶다.
기찬이와 동근이와 더불어 용산고 후배들 모두 다 정말 잘하고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주변의 우려를 떨쳐내고 대회마다 우승하는 동생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세범 코치님의 말씀을 잘 따라 올시즌 전관왕을 이루기를 바라고 또 해낼 거라 믿는다. 부상 없이 시즌 잘 마무리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감시하러 가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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